Small Cute Blue Gray Pointer Russell's teapot
세인트 폰스의 7번째 잠자리, 발밑엔 사자가 숨어든다.

 

 

- 어느 여행자의 ▧■□번째 𝚂𝚌𝚎𝚗𝚊𝚛𝚒𝚘 -

※ 다(in 팀 가나다)님의 Coc 시나리오『여름을 말려 심장에 꽃는 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신을 모시는 성당 안이라도 모든 이들이 마음을 꿇고 소리를 모아 기도할 리는 없다.

어린 아이들은 눈치를 봐가며 슬쩍 눈을 뜬다. 기도할 소망이라곤 오늘 나올 점심 메뉴 정도였다. 조금 머리가 큰 아이는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주교는 너그러이 모르는 척 했다.

나이 든 종은 이미 어지럽혀져 있다. 순수는 태생에서 온다. 신을 모시는 자는 고결해야만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무지는 손쉽게 수용된다.



너 또한, 그러했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고아원에 버려진 너는 잊히기엔 너무도 눈에 띄는 외향을 가지고 있었다. 너는 흐르고 흘러 수도의 성당에 걸음을 내디딘다. 신이 아닌 교황의 선택이었다.



너는 신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증오할지도 모르지.

아직 채 자라지 않은 앳된 얼굴로 슬그머니 눈을 뜬다. 햇볕이 따사롭다. 조곤조곤 성서를 읊는 주교의 목소리는 따분하다. 너는 눈이 마주치더라도 다시 감지 않는다.

도통 적성에 맞지 않는다. 너는 그런 편이니까.

주위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들킨 지도 모르고 소곤소곤 떠든다.

'소문'에 대한 이야기다.



마리안 사제는 도통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다듬기 위해 소문을 흘렸다.



성직자는 누구의 거짓도 알아차릴 수 있다.

늦은 밤, 정문을 나서는 아이의 영혼을 악마가 앗아간다.



"기도 시간에 딴청을 피우면,"

고요히 다가온 마리안은 작게 속삭인다.

떠들던 아이들은 숨을 들이키며 입을 닫는다.



분홍빛 눈에 마리안의 눈이 비친다.



"사자가 숨어들어요."

오늘도.



너는 답지 않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사자가 노란 꽃잎에 얼굴을 비빈다.

너만이 그걸 알았다.














"그거 다 거짓말이야. 나 한 번도 사자 본 적 없어."

스프에 빵을 찍은 아이가 진지한 낯으로 말한다. 몸을 바짝 끌어 당겨 앞자리에 앉은 아이를 쏘아봤다. 화를 담은 시선은 아니다. 열렬히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숨어든다잖아. 숨은 사자를 어떻게 보냐? 당연히 못 보지!"

허나 앞자리의 아이는 당당하게 되받아쳤다.

신앙심이 깊은 아이는 대게 의심을 싫어했다. 본인이 믿는 진리가 거짓으로 밝혀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본성이 그랬다.



"아무리 숨어도 어떻게 한 명도 못 보냐?'

문제는 아이들은 대부분 기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유감스럽게도 총 70마리의 사자가 숨어들어야 했다.

허나 아이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는 세상을 스스로 구성한다. 타인의 정의 또한, 자신이 보는 한정적인 부분만으로 구성된다. 정말, 아무도 보지 못한 건지 확신하는 건 일종의 오만이었다.



"잘 숨었겠지! 본 애들은 이미 다 이 세상에 없을 걸!"

둘 중 누구의 주장이 지지를 받을 지는 중요치 않다. 확연한 답을 낼 수 없는 논쟁은 그저 의미 없는 실랑이일 뿐이니까.

소곤거림에서 언성이 높아진다. 흘깃, 이쪽을 응시하는 사제가 있다.

"말도 안 돼! 그 덩치 큰 사자가 어디든 부딪히면 쿵쿵 소리가 날 텐데도?"

턱을 괸 채 샐러드를 뒤적거리던 로드리온은 결국 포크를 내려놓았다.



문제는 흐름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씩씩대던 아이가 로드리온의 팔을 붙잡았다. 눈가를 찌푸리지만 내치지는 못한다.

"로드리온! 너도 알지! 정말 사자가 숨어든, 숨어든다는 거!"

눈이 마주치면 손에서 힘이 빠진다. 순수한 아이들은 보기 좋은 걸 좋아한다. 당연했다.



"난."

사자는 덫에 걸렸다. 바로 앞에 있는 초식동물 하나 물지 못한다.



"너 모르는데."

덫은 서서히 풀려간다. 꼬리도 잡지 못하게 된다면, 더 이상 숨지 않겠지.



"놓을래."



로드리온은 사자를 본다.

듣는다.

맞닿는다.

 

 

 

 

 

 

 


세인트 폰스의 7번째 잠자리,
발밑엔 사자가 숨어든다.


 

 

 

 

 

 

사자는 밤을 기다린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다. 그래서 나를 기다리는 너를 기다린다.

틈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기다림이었다. 이젠 정말, 조금만 더 벌리면 될 것 같은데.

이 세상의 너를 훔쳐보다가도 발을 굴렀다.

이 텅 빈 공간은 너무 조용해.



나는 네가 보이지 않을 때면 눈을 감는다.

세계는 쉽게 ■■■를 반겨주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다. 거의 모든 세계가 그랬다.

걱정하지 않는다. 너는 언제나 그곳에 있고, 나는 곧 도착할 거니까.

까득까득, 사자는 틈을 더 찢어낸다.



오늘 밤에는.

혹은 내일 밤에는.















언제부터라 한다면 꽤 된 일이지.

뛰어내리려고 했다. 다만, 죽음을 뜻하는 행위는 아니었다. 창밖을 볼 때면 충동이 일었다.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가야 할 곳이 있다.

찾아야 할 것이 있다.

누군가 대상을 묻는대도 로드리온은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충동이었다.



침대 밑에선 괴상한 소리가 났다. 처음엔 쥐라도 나타났다 싶었다. 그러니까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보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은 기괴하게 들썩였다. 무언가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려 하는 것 같았다.

로드리온은 소문 같은 건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어도 상관없었다.

그에 답하듯 날이 갈수록 머리카락은 점점 증식했다. 자란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보이는 면적이 점차 커졌다.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지면서, 잠이 묻은 시간대가 오면 나타났다. 천천히 떠올랐다.



결국 녹음 빛의 눈과 마주쳤을 때, 문득 그냥 물었다.

한 번도 기도하지 않은 소망이었다.











"꼬마 리온, 자지 않아도 괜찮아?"

"밤을 새우지는 않아. 생각보다 너는 아주 잠시 나타나."

"기다렸어?"

난 자꾸 숨이 말라.

"모르겠어."










"오롯이 그분만을 담으세요. 현혹하는 거짓들은 수두룩하지만, 우리에겐. 하나만이 필요해요."

유일을 바라는 것치곤, 당신이 담는 것은 수없이도 많은데도. 공평하지 않은 거래는 뒷걸음질 치게 한다. 소모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너의 모든 것을 걸었을 때, 네게 오지 않을 손길이 두렵다.

너는 겁을 먹는다. 네가 그러했듯이.

하지만 넌 다른 것을 볼 것이다. 나와 그를 똑같이 해석하면서도, 결국 다른 점을 찾아낼 것이고. 결국 나를 담아내 주겠지.

그렇기 때문에 난 두렵지 않아.



"유일하지 않다면, 믿을 수 없어요. 믿지 못한다면, 지키지 못해요."

너의 사랑은 닮았다. 그래서 아이는 늘 마음이 닳는다.

그래서 나는 늘 목이 쉰다.













사제가 인원수를 세고 나간 밤,

아이의 몸을 누인 7번째 자리는 창가에 붙어있다. 아이는 매일 밤 창밖으로 뛰어내리고자 소망한다.

기억하지 못한 갈증.

느린 손끝이 창틀에 닿는다. 차가웠다. 아이는, 그러니까 너는 알고 있다. 곧이어 들려오는 노크 소리를.

아주 오래된 인사를.



"리온."

나는 너를 불러냈다. 고요히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 사이로 목소리를 낸다. 그중 너를 담은 아이만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몇 번째인지, 이젠 세지 못한 굴레의 세계 중, 나의 세계와 가장 가까울 너의 세계.



"유리아."

어려진 너는 기억도 잃은 채 나를 불렀다.

발밑으로 숨어든 사자는 웃음소리를 내며 침대 밑에서 빠져나온다. 샛노란 머리칼이 파스스 흩어지곤,



탁,



"아. 오늘은 진짜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끄트머리를 붙잡은 중력에 소리쳤다.

우리는 누가 깰까 당황하지도 않는다. 너는 담담히 침대에 걸터앉아 사자를 내려다본다.

"꼬리가 걸렸어."

코를 찡긋하고 웃어 보이면 작은 손을 뻗어 섬세히 머리칼을 넘겨준다.



처음엔 코가, 귀가, 점차 갈기가, 앞발이, 끝내 뒷발이, 꼬리가.

있지도 않은 짐승의 무엇을 읊었다.

처음 세계의 균열을 발견한 날, 기억과는 달리 하염없이 작아진 네가 물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 않는 물음을 뱉은 주제에 표정은 따분했다. 너다워서 조금은 덜 어색했다.

균열에 낀 몸을 축 늘어뜨린다.

조금만 더. 하지만 역시 오늘은 여기까지.



"리온."

"응."



달빛이 밝다.

너는 사자의 그 무엇도 담지 않은 나의 노란 머리카락을 보고 물었었다.



"꼭 데려다줄게."

'숨어든 사자라면, 창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어?'



너 답지 않아. 우리다워.



"우리의 세계로."



사자는 발밑에 숨어든다. 조곤조곤 몸을 빼낸다.

아이는 방문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돌린다.



"먼지나 달고 다니지 마."



눈을 가늘게 늘인다. 살랑살랑 손짓한다.













거칠게 잡힌 손목이 아릿했다.

듣지 않는다. 리온은 꼭 붙잡힌 새끼처럼 바둥거렸다.

"그분의 뜻이에요. 신도께서는 하늘 가까이 오를 수 있어요."

이제 곧, 정말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신은 무정해. 내게 돌아오지 않을 거야.



"사자가 숨어든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분명 돌아올 사람이 있었어. 결국엔 너를 종착지로 여길 내가 있어.



몸을 부딪혀 손을 빼낸다.

덫에 풀린 사자는 잡아먹을까.

그것도 나쁘지 않아.



리온은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창틀에 손을 올리고 몸을 쭈욱 빼낸다.

약속했으니까. 데려가 준다고 했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



허공이라도 외쳤다. 자꾸만 조바심이 든다.

하늘이 들썩인다. 샛노란 태양 빛이 너를 비췄다. 두 개일 수 없는 태양이 어지러이 조각난다.



"날, 데려다줘."

자꾸만 눈이 부셔서.



"■■■!"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한.'

난 항상 그래왔어.



'네 세계가 될게.'

넌 항상 그래왔으니까.



"유리아!"

어려진 너는 기억도 잃은 채 나를 불러.

여전한 나는 팔을 크게 벌려 외쳐.

"내가 받아줄게!"

내게로 와.

"뛰어내려!"



두렵다면,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

 

 

 

하나, 우리는 손을 맞잡는다.

둘, 네가 품 안으로 떨어져 내린다.

셋, 더 이상 □□는 숨지 않는다.

 

 

 

네가 이어 속삭였다.

넷, 두렵지 않아.





깜빡.

 

 

 

 

 

 

 

 

 

 

 

 

 

 

 

찾아가야만 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누구를?

■■■ 



'이름을 불러.'

휘청이다 멈칫한다.



'불러준다면 이번만큼은 너의 사자가 되어줄게.'

맹목은 맥락 없이 진실을 가져온다.



'내 이름은,'



잊고 있던 기억은 허탈하게 가득 차.

이번에도 늦었어.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게 와 줘.

널 기다리고 있어.





"유리아!"







- 어느 여행자의 ▧■□번째 𝚂𝚌𝚎𝚗𝚊𝚛𝚒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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